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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정보] 도시정비법상 정비사업조합의 정보공개의무의 범위 - 조창혁 변호사
1. 들어가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및 동법 시행령은 추진위원장 및 조합임원 등에게 ‘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 ‘관련 자료’ 등의 공개의무 및 열람복사의무를 부과함과 아울러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한 벌칙 조항을 두고 있는데(현행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4항, 제138조 제1항 제7호, 동법 시행령 제94조 등 참조), 위와 같은 규제는 정비사업의 투명성, 공공성의 확보 및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런데, 이 때의 ‘관련 자료’의 의미와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해석하는 것은 명확성 원칙, 죄형법정주의 등 헌법의 일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고, 정보주체가 분명하게 있는 자료(개인정보)를 함부로 공개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심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2.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4항의 내용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은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임원)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다음 각호의 서류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토지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하여 공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다음 각호 부분에 11가지의 서류를 열거하고 있고, 동조 제4항은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제1항에 따른 서류및 다음 각호를 포함하여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대하여 열람복사 요청을 한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한 다음 각호 부분에 3가지 서류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3. ‘관련 자료’의 범위에 대한 판례의 해석례
일단,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및 제4항의 각호에 직접적으로 열거된 서류가 공개 및 열람복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위 각 조항(제124조 제1항, 제4항)의 문언에 따르면, 제124조 제1항, 제4항의 각호에 직접 열거된 서류 뿐만 아니라 ‘관련 자료’ 및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 역시 공개, 열람복사의 대상이 되는 자료에 포함된다고 볼 수 밖에 없고, 이 때의 ‘관련 자료’ 및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의 범위를 광의(廣義)로 볼 경우에는 ‘정비사업 시행과 관련하여 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서류’가 공개 및 열람복사의 대상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위 각 조항을 위와 같이 지나치게 광의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명확성의 원칙,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에 위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합헌적인 해석론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한 판례를 몇 가지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 대법원 판례
1) 총회의 ‘참석자명부’, ‘서면결의서’
-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도8981 판결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전제한 다음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1조(현행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의사록 관련 자료’에 참석자명부와 서면결의서가 포함된다.”로 판시한바 있습니다.
- 위 판례의 법리에 따를 경우, 조합의 임원이 총회의 참석자명부 및 서면결의서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 도시정비법 제138조 제1항 제7호에 의해 처벌받게 되므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2) 조합원명부에 기재된 ‘조합원들의 전화번호’
- 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은 '조합원 명부'를 열람,복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조합원 명부에 조합원들의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다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가 열람,복사의 대상이 된다. 설령 조합원 명부에 조합원들의 전화번호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조합이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를 수집하여 관리하고 있다면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에서 열람,복사의 대상으로 규정한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3) 조합원별 ‘신축건물 동,호수 배정 결과’
- 대법원 2021. 2. 10. 선고 2019도18700 판결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4항, 제138조 제1항 제7호의 내용과 체계에다가 정비사업조합이 수립하는 관리처분계획의 내용 등을 종합하면, 조합원별 신축건물 동호수 배정 결과는 제124조 제4항에 따른 열람,복사의 대상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4) 회의의 ‘속기록’, ‘자금수지보고서’
- 비교적 최근에 대려진 대법원 2022. 1. 27. 선고 2021도15334 판결은 “구 도시정비법과 현행 도시정비법은 공개대상이 되는 서류를 각호에서 구체적으로 열거하면서도 '관련 자료' 판단 기준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공개가 필요한 서류 및 관련 자료는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이를 추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구 도시정비법과 현행 도시정비법 혹은 그 위임에 따른 시행령에 명문의 근거 규정 없이 정비사업의 투명성, 공공성 확보 내지 조합원의 알권리 보장 등 규제의 목적만을 앞세워 각호에 명시된 서류의 '관련 자료'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하여 인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형벌법규 해석원칙에 어긋난다.”라고 전제한 다음, 회의의 속기록은 의사록(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3호)의 관련 자료로 볼 수 없고, 자금수지보고서는 결산보고서(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9호)의 관련 자료라고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 위 대법원 판례는 종전에 무분별하게 확장 해석되곤 했던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4항의 ‘관련자료’의 범위에 제한을 둠으로써, 정보공개의 범위와 관련한 예측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나. 하급심 판결례
1) 이사회, 대의원회에서 ‘회의록에 첨부한 자료’ 또는 ‘배포한 자료’
- 의정부지방법원 2012. 9. 12. 선고 2012○○○○판결은 “이사회 또는 대의원회에서 회의록에 첨부한 자료 또는 배포한 자료가 있다면, 해당 자료 역시 공개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2) 시공계약 등이 아닌 ‘일반 용역업체 선정계약’
- 서울동부지방법원 2010. 9. 10. 선고 2010○○○ 판결은 “구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제2호에서 공개하여야 할 서류로서 명시된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는 공개대상인 용역업체 선정계약서를 한정적으로 열거한 것이 아니라 설계자·시공자·철거업자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에 준하여 정비사업 시행 및 주민들의 이해관계와 관련 있는 용역업체의 선정계약서라면 공개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넓게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3) 기타
- 이사회가 소집되었으나 그 의사정족수 미달로 인해 무산된 경우에도 이사회 의사록이 작성되었다면 그 무산된 이사회의 의사록 역시 공개대상이라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 총회 소집을 위한 조합원들의 발의서는 공개대상이 아니라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4. ‘관련 자료’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 도시정비법상 공개의무와 개인정보보호법과의 관계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①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또는 ②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하는데(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1호 가목, 나목 참조), 개인정보의 관리자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우와 관련하여, 개인정보보호법은 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개인정보의 수집 목적 범위에서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항 제2호, 제15조 제1항 제2호), ②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2호).
그런데, 앞서 본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4항 제1호, 제2호는 ‘토지등소유자명부’와 ‘조합원명부’를 공개대상 정보로 명시하고 있으므로, 해당 규정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8조의 ‘다른 법률의 특별한 규정’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결국 정비사업조합의 임원이 토지등소유자명부 및 조합원명부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 평가하기는 어렵게 됩니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상 조합이 관리하고 있는 사업 시행 관련 자료 중에는 ‘조합설립동의서, ‘서면결의서’, ‘분양신청서’, ‘조합원이 제출한 민원서류’ 등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서류들이 무수히 많고, 조합 임원이 위와 같은 여러 서류들을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4항의 ‘관련 자료’로 단정하여 이를 공개하는 경우, 해당 개인정보의 주체인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실무에서는 조합원들이 개인정보를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조합 임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실무상의 문제점은, 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4항이 공개대상 정보의 범위에 ‘관련 자료’와 같은 추상적인 규정을 두고, 이에 대해 오로지 판례의 해석에 의존하고 있는 데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므로, 이에 대해서는 입법적인 해결(도시정비법 제124조 제1항, 제4항 각호의 내용을 매우 세분화 하여 해석의 여지가 없게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