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정보
[법률정보] 2024-06-24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증가 추이
2019. 7. 16.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이후 5년여가 경과하였습니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내괴롭힘 사건은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2년 8,961건, 2023년 10,028건이 신고되어 매년 급증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조사 의무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법에 정의하고 금지하고, 사용자에게 조사의무를 부과하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고, 사업장별 상황에 맞춰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대응조치를 정하고 그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있을 경우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사의 범위와 대상을 확정하고, 조사 진행 과정에서 비밀을 유지하며, 조사의 공정성이 문제되지 않도록 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절차 진행시 유의 사항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의 신고를 받게 되면, 지체없이 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시행하되, 다음의 유의 사항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신고 및 조사 범위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1. 2항). 여기서 “인지”란 의사표시의 주체나 알게 된 경로 등에 관계 없이 사용자, 취업규칙 등 사규에 따른 직장내 괴롭힘의 고충처리 담당기관(또는 담당자) 등이 직장내 괴롭힘의 사실 등을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정도라면 사용자가 인지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1001, 2022. 3. 25.).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면, 사업주는 성희롱 신고를 접수하거나 그 발생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없이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해야 합니다(제14조 제2항). 즉, 사용자는 조사의무가 ‘신고’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추가적으로 확인한 ‘인지’로 인해서도 발생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를 통해 ‘인지’한 사실이라면 일단 조사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고, 이 역시 조사∙판단 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조사 방법
직장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에서는 직장내 괴롭힘 사건 처리를 위한 피해 근로자 의사를 기반으로 한 처리 절차의 예시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반드시 매뉴얼에서 정하고 있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회사 내부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사건조사 등을 하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직장내 괴롭힘 조사가 객관적으로 실시되었는지 여부는 당해 사건 경위, 괴롭힘 당사자 관계, 괴롭힘 행위의 반복성 또는 지속성 여부, 행위로 인한 피해 정도, 조사과정 중 피해자 요청사항, 직접 또는 정황상 증거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사 단계에서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비밀유지
개정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하여 단순히 그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2조). 사용자는 이점을 고려하여 조사의 절차를 진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때 수행할 담당기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는 사업장의 규모·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으나, 정식 조사 절차의 경우 공정성과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외부기관 위탁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과정에서 상담자, 조사자 등 조사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은 피해자는 물론 관련자의 신원에 대하여 철저히 비밀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1. 10. 14. 이후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부터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이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7항, 제116조).
[참고 판례]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개인의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는 위 헌법 규정,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과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와 직장 내 성희롱의 특성 등에 비추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 조사참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을 엄격하게 지키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조사참여자가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언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위와 같은 언동으로 말미암아 피해근로자 등에게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피해근로자 등으로 하여금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는 것조차 단념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조사참여자에게 위와 같은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 단계에서 고려할 사항
신고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신고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되는 경우 회사는 가해 근로자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해당 조치에 대하여 부당해고·부당징계 등 구제신청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징계 선례 및 관련 판례 등을 검토하고, 인사·노무적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신고된 사건과 관련한 민사, 형사적 문제 발생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용자는 위와 같은 징계절차 또는 비공식 분쟁해결절차로 나아가기 전에 피해근로자에게 조사의 진행 상황 및 피해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해결방식의 종류와 그 장단점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피해근로자가 가장 만족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이때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정식 징계절차를 선택하는 경우 권고사직 등 비공식절차와 달리 비밀유지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하여 피해근로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2차 가해의 위험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등으로 권고사직과 같은 비공식 절차를 통한 해결을 종용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참고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에 대하여 가해자 및 그 상급자 1인에 대한 진술만 청취하고 종결하여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아니한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례가 있고(수원지방법원, 2008가합5314), 직장 내 성폭력 사건에서 회사가 피해자 의견청취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례가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8. 10. 선고 2022나45458 판결)가 있습니다. 회사는 단순히 피해자의 의사를 묻는 것을 넘어서 처리 절차를 객관적으로 안내하고 피해자가 처리 절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처리에 있어서도 위 판결의 논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