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의 인정 여부 -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두57695 판결
1. 2022두87695 판결의 요지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2. 사실관계
사용자는 전세버스 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근로자는 통근버스 운행을 담당하는 기사입니다.
근로자는 2020년 1월 30일 15:00 및 2020년 2월 11일 15:30에 통근버스를 운행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무단으로 결행하였습니다. 사용자의 관리팀장은 2020년 2월 11일 17:00경 근로자의 결행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와 말다툼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였고, ‘해고하는 것이냐’는 근로자의 물음에 ‘응’이라고 답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근로자는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근로자는 2020년 5월 1일에 “2020년 2월 11일 자로 부당해고 되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지 않다가, 2020년 5월 18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근로자에게 ‘해고한 사실이 없으니 복귀하여 근무하고자 한다면 즉시 근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무단결근에 따른 정상근무 독촉 통보’를 하였습니다.
근로자는 2020년 5월 28일 사용자 회사에 ‘해고에 대한 사과와 부당해고기간 중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사용자는 2020년 6월 1일 근로자에게 ‘해고한 적이 없으니 근로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출근하여 근무할 수 있으므로 속히 출근하여 근무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습니다.
3. 판결의 경위
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취지로 근로자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근로자는 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1심은 사용자의 관리팀장의 발언만으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관리팀장에게 해고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대표이사가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승인한 적도 없는 점, 근로기준법 제27조 제2항에서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용자가 서면 해고 통지를 하지 않은 채 근로자에게 복직을 촉구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참가인이 근로자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1) 관리팀장이 근로자에게 버스 키를 반납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경위, 2) 관리팀장이 근로자로부터 버스 키를 회수하고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라’는 발언을 하는 과정에 관리상무가 관여한 정도, 3) 관리상무가 해고에 대해 가지는 권한 및 정도, 4) 대표이사가 관리팀장에 의해 주도된 일련의 노무 수령 거부행위를 묵시적으로나마 승인 혹은 추인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을 면밀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4. 시사점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특별히 문제가 된 이유는, 만일 서면이 아닌 구두 상으로도 해고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이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에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논할 것도 없이 부당해고로 판단될 것이 명백한 사안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 27조가 해고 사유의 서면 통지를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해고가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되기 위한 하나의 기본적인 요건일 뿐 해고라는 것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요건은 아니라고 보아 ‘묵시적 의사표시’만으로도 해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상판결은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여, ‘묵시적 의사표시에 대한 해고의 존재 여부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할 때, 회사가 관리자의 우발적 발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해고 관련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해고 등 징계, 인사명령 등은 반드시 서면을 통해 처리하는 내규를 마련하고 모든 임직원들에게 명확하게 공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인사에 관한 권한이 있는 관리자들에게 “사표를 쓰라.”는 등의 충동적, 감정적 발언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고, 특히 해고나 징계와 같은 중요한 인사 결정에 관하여는 반드시 근로기준법 및 사규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하여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